
밤마다 울컥거리는 통증 앞에서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위험 신호인지 모를 때,
부모의 마음은 쉽게 흔들린다. 의사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구분 기준을 차근히 짚어내면 불안이 줄고,
아이의 밤은 훨씬 편안해진다.

① 성장통의 핵심 정의와 오해
아기와 유아의 ‘성장통’은 뼈가 자라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통증이 생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로는 하루 동안의 활동(걷기, 뛰기, 계단 오르기 등)으로 근육과 인대가 피로해지며 저녁이나 밤에 통증을 호소하는 현상을 폭넓게 가리킨다. 의학적으로는 염증 소견이 없고, 신체검사에서 구조적 이상이 없으며, 검사 결과가 정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핵심이다.
보통 통증은 양쪽 다리에 대칭적으로 나타나고, 무릎 앞쪽·종아리·허벅지 근육 부위처럼 연부조직에 집중된다. 통증은 수면 전후, 혹은 새벽에 잠깐 깨어 울음을 터뜨리는 양상으로 반복되며, 낮에는 정상적으로 잘 걸어 다니고 뛰기도 한다. 이러한 패턴이 계속되면서도 아이의 식사, 체중, 체온, 활동성이 유지된다면 성장통 가능성을 우선 고려한다.
반대로, 성장통은 병명이 아니라 배제진단(exclusion diagnosis)에 가깝다. 즉, 위험 소견(발열, 다리 절뚝임, 한쪽 관절만 지속적인 통증, 부종, 발진, 외상력 등)이 없음을 확인한 뒤 남는 경우에 성장통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성장통이겠지’ 하고 넘기기보다는, 의사들이 실제로 무엇을 확인하는지 기준을 익히는 것이 안전하다.
연령대는 보통 3~12세에서 많이 보고되지만, 걸음마가 본격화되는 시기(예: 18개월 전후)에도 유사한 야간 통증 호소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도 낮에는 잘 걷고 놀며, 밤에만 간헐적인 통증을 말하는 패턴이라면 성장통의 전형적인 범주로 볼 수 있다.
유전이나 체형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지만, 평발, 유연성 과다, 근긴장 저하 등으로 하루 피로가 쉽게 누적되는 아이가 밤 통증을 더 자주 호소한다는 관찰이 있다. 또한 급격히 활동량이 늘어난 날(예: 놀이공원, 체육대회, 긴 산책) 이후에 통증이 더 도드라지는 것도 흔한 패턴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통증의 ‘시간·위치·대칭성·낮 활동 유지’ 네 가지다. 네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성장통에 무게가 실리고, 하나라도 어긋나면 다른 원인을 반드시 점검한다. 아래 체크리스트와 사례를 통해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② 의사가 먼저 보는 체크리스트 7
진료실에서 소아과나 소아정형외과 의사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질문은 대체로 비슷하다. 아래 7가지는 성장통을 다른 질환과 구분하는 핵심 관찰 포인트다.
- ① 발생 시간 — 저녁·밤·새벽에만 통증이 있는가? 낮 활동 중에는 괜찮은가? 밤에만 반복되면 성장통을 의심한다.
- ② 대칭성 — 양쪽 다리(허벅지·종아리·무릎 앞)처럼 대칭 통증인가? 한쪽 관절만 지속적이면 다른 원인 가능성이 크다.
- ③ 부위 — 관절 내부보다는 근육·연부조직인가? 관절 속 통증, 관절운동 제한, 붓기라면 진료가 필요하다.
- ④ 낮 활동 — 낮에 잘 걷고 뛰며 절뚝거림이 전혀 없는가? 절뚝임이 있으면 성장통으로 보지 않는다.
- ⑤ 전신 증상 — 발열, 체중 감소, 밤에 식은땀, 식욕 저하, 피부 발진이 동반되는가? 있으면 즉시 진료한다.
- ⑥ 촉진 통증 — 뼈를 눌렀을 때 국소 압통이 뚜렷한가? 뼈 통증은 골절·염증 가능성, 성장통과 다르다.
- ⑦ 경과 — 수일~수주 간 간헐적 반복인가, 아니면 점점 악화·지속되는가? 악화·지속이면 검사가 필요하다.
이 7가지만 잘 체크해도 불필요한 불안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절뚝거림(파행)’은 성장통에서 보이지 않는다. 아이가 아파서 낮에 걷는 양이 줄거나 특정 자세를 회피하면 즉시 진료 신호다.
또 하나의 관찰 포인트는 ‘만지면 나아지는가’다. 성장통은 대개 마사지, 온찜질,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빠르게 완화된다. 반면 염증성 질환이나 감염, 골 손상은 만지면 더 아파하거나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진통제 사용 여부도 단서가 된다. 아세트아미노펜(의사·약사 지시에 따른 적정 용량)으로 호전되는 단순 야간 통증 패턴이면 성장통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약을 반복해도 통증이 심하거나 빈도가 늘면 다시 평가가 필요하다.
연령별로는 3~8세에서 가장 흔하지만, 아기가 걷기 시작한 직후에도 밤중 통증을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낮에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근육 피로가 쌓이는 시기이므로, 준비 운동과 균형 잡힌 활동량 조절이 도움이 된다.
정리하면, ‘밤·대칭·근육·낮 정상’ 네 가지가 기본이고, ‘열·부종·절뚝임·한쪽 관절 통증’은 의사에게 바로 보여야 하는 신호다. 이후 섹션에서 실제 예시와 의사들이 구분하는 기준을 더 촘촘히 연결해 보자.

③ 증상 구분: 성장통 vs 질환 신호
성장통과 감별해야 할 대표적 상황은 다음과 같다. 관절염(특히 소아 특발성 관절염), 감염(관절염·골수염), 외상 후 통증, 뼈 종양·낭종, 비타민 D 결핍성 통증, 편평족 관련 과사용 통증 등이다. 아래 표준 포인트로 빠르게 선별해 보자.
- 통증 시점 — 성장통은 밤·저녁 중심, 낮에는 호전. 관절염은 아침에 뻣뻣함과 관절 구속감이 흔하다. 감염은 하루 종일 심하고 체온 상승이 동반될 수 있다.
- 통증 위치 — 성장통은 근육(허벅지·종아리) 쪽, 관절 내부는 깨끗. 반면 관절염·감염은 관절 속 압통, 붓기, 열감이 있다.
- 대칭성 — 성장통은 양측 대칭 경향. 외상, 감염, 종양은 대개 편측(한쪽)으로 집중된다.
- 보행 변화 — 성장통은 낮에 정상 보행. 절뚝임이 지속되면 다른 원인을 의심한다.
- 전신 증상 — 성장통은 발열·체중감소 없음. 전신 증상이 있으면 감염·염증성 질환 감별.
- 촉진 반응 — 부드러운 마사지로 호전되면 성장통 쪽. 뼈를 눌렀을 때 국소 통증이 분명하면 영상 평가가 필요.
- 시간 경과 — 수주 내 간헐적 반복이 일반적. 점진적 악화·밤낮 지속이면 추가 검사 권장.
“절뚝임, 붓기, 발열은 성장통의 언어가 아니다.” — 소아정형외과 외래 설명 중 핵심 문장
“밤마다 근육 마사지에 잘 반응하고, 낮에는 천하무적인 아이라면 성장통을 먼저 떠올리세요.” — 일반 소아과 진료실 안내
한편 비타민 D 결핍은 근육·뼈 통증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 실외활동이 적고 해가 짧은 계절에 통증 호소가 잦다면, 기본 혈액검사를 통해 결핍 여부를 살펴보기도 한다. 다만 무분별한 보충은 금물이며, 의료진 판단에 따른 용량 조절이 중요하다.
편평족(평발)이나 과유연성은 하체 근육 피로를 키울 수 있다. 활동량이 많은 날 뒤꿈치·종아리 통증이 심해진다면 지지력 있는 신발, 뒤꿈치 패드, 종아리 스트레칭 루틴으로 증상 빈도를 낮출 수 있다.
외상 여부는 늘 다시 묻는다. 소파에서 뛰다 넘어졌거나, 트램폴린에서 비틀렸거나, 계단에서 미끄러졌다면 24~48시간 내 한쪽 부위 국소 압통과 부종이 남을 수 있다. 이 경우 성장통이 아니라 ‘외상 후 통증’으로 관리·평가해야 한다.
결국, 의사들이 쓰는 실전 공식은 간단하다. 밤 + 대칭 + 근육부위 + 낮 정상 + 마사지 반응이면 성장통 쪽, 낮·밤 지속 + 한쪽 관절 + 붓기/열감 + 절뚝임/발열이면 즉시 진료다.
④ 집에서 가능한 대처 루틴
성장통으로 의심될 때, 집에서는 ‘짧고 확실한’ 루틴을 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핵심은 진정·완화·기록이다. 아래 루틴을 기본으로, 아이의 하루 활동량과 기분에 맞게 가감하자.
- 1단계(진정) — 조용한 조명, 5회 깊은 호흡 유도, 포옹. 긴장이 풀리면 통증 민감도가 내려간다.
- 2단계(완화) — 온찜질 5분(미지근한 수건), 종아리·허벅지 마사지 3분, 발바닥 지압 1분.
- 3단계(스트레칭) — 종아리(20초×2), 햄스트링(20초×2), 대퇴사두근(15초×2). 통증 없는 범위 내에서.
- 4단계(필요 시 약) — 아세트아미노펜 등은 의사·약사 지시에 따른 체중별 용량으로만 사용.
- 5단계(기록) — 수첩·앱에 시간·강도(1~10)·부위·낮 활동을 메모. 2주 후 패턴 분석.
밤마다 루틴을 길게 끌 필요는 없다. 아이가 다시 잠들 수 있을 만큼만 짧고 규칙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포인트다. 마사지 압은 ‘편안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적절하고, 스트레칭은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끝낸다.
신발·일상 습관도 관여한다. 쿠션·지지력이 있는 운동화, 카펫 위 놀이, 트램폴린·점프 놀이 시간 제한(예: 10분 이내), 길어진 외출 후 귀가 스트레칭이 통증 빈도를 낮춘다. 수분·칼슘·비타민 D 섭취는 식단에서 우선하되, 보충제는 전문가와 상의한다.
수면 환경은 어둡고 시원하게 유지하며(과열 금지), 잠들기 1시간 전 격한 놀이·화면 노출을 줄인다. 수면 위생이 좋아지면 야간 각성이 줄고, 통증 인식도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형제가 있는 가정이라면 ‘돌봄 분담’이 중요하다. 한 명이 진정·마사지, 다른 한 명이 수분 보충·기록을 맡으면 10분 내 마무리된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따뜻한 수건 vs 마사지’처럼 두 가지 옵션을 제시하는 것도 유용하다.
⑤ 병원에 가야 하는 ‘레드 플래그’
다음 소견이 하나라도 있으면 성장통으로 스스로 단정하지 않고, 바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빠른 판단이 예후를 바꾸기도 한다.
- 고열·미열 지속 — 38℃ 이상의 발열 또는 며칠 이어지는 미열과 함께 통증이 심하다.
- 절뚝거림·보행 회피 — 낮에도 걷기 힘들어 하거나, 특정 다리를 지속적으로 피한다.
- 관절 부종·열감 — 무릎·발목 등 한쪽 관절이 붓고 뜨겁다. 움직임이 제한된다.
- 야간·주간 지속 통증 — 밤뿐 아니라 낮에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
- 국소 압통(뼈) — 뼈를 눌렀을 때 통증이 뚜렷하고 지속된다. 외상력과 무관해도 평가 필요.
- 전신 증상 — 체중 감소, 식욕 저하, 피부 발진, 야간 식은땀 등과 동반된다.
- 외상 이후 악화 — 넘어지거나 비틀린 뒤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더 심해진다.
응급실로 바로 가야 하는 경우는 통증이 매우 심해 보행 불가, 고열과 심한 관절 통증·붓기가 동반, 외상 후 다리 변형 의심 등이다. 특히 유아는 표현이 서툴 수 있어, 평소와 다른 울음 패턴·무기력·손대면 화를 내는 모습이 오래가면 즉시 의료진 평가를 받는다.
진료실에서는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 후, 필요 시 혈액검사(염증 수치), 단순 X-ray, 초음파, 드물게 MRI 등을 통해 감별한다. 대부분은 검사 없이도 임상 기준으로 충분히 판단된다.
부모가 기억해야 할 문장은 간단하다. “대칭·밤·근육·낮 정상”은 안심 신호, “한쪽 관절·붓기·열·절뚝임”은 진료 신호다. 헷갈리는 날엔 기록을 들고 가까운 소아과에 문의하자.
⑥ 사례로 배우는 밤 통증 판별
사례 1 — 2025년 3월, 4세 남아. 낮에 어린이집 특별활동(야외 달리기 40분) 후 밤 10시에 종아리 통증으로 울며 깸. 양쪽 번갈아 아프다고 하고, 5분 마사지·온찜질 후 진정되어 재입면. 다음날 낮 활동 정상, 절뚝임 없음. 판단: 전형적 성장통 패턴.
사례 2 — 2024년 11월, 6세 여아. 최근 일주일간 밤낮으로 무릎 한쪽 통증 지속, 아침에 뻣뻣함·관절 움직임 제한. 미열과 관절 주변 붓기·열감 동반. 판단: 성장통 아님. 염증성 관절염·감염 감별 위해 즉시 진료.
사례 3 — 2025년 5월, 2세 남아. 낮에 소파 점프놀이 후 저녁부터 한쪽 정강이 국소 압통·미세한 붓기. 밤에도 통증 지속, 마사지에 악화. 판단: 외상 후 통증 가능성. 영상 평가 필요.
사례 4 — 2023년 12월, 5세 여아. 겨울철 실내 생활 증가, 햇빛 노출 적음. 야간 근육통 잦으나 낮 활동 정상. 혈액검사에서 비타민 D 낮음. 보충·야외활동 늘리고 스트레칭 병행 후 빈도 감소. 판단: 성장통과 생활 습관 요인이 겹친 케이스.
사례 5 — 2025년 7월, 3세 남아. 놀이공원 다녀온 날 밤 허벅지·종아리 통증. 3일 중 2일 발생, 매번 마사지·온찜질에 호전. 낮에는 활발. 판단: 활동량 급증에 따른 성장통 패턴.
사례 적용법은 단순하다. 밤·대칭·근육·마사지 반응이면 일단 집 루틴으로 관리하며 기록을 남긴다. 2주 관찰 동안 빈도·강도가 증가하거나 낮 활동에 영향을 주면 의사 상담을 추가한다.
아이와 부모의 마음도 함께 본다. 아이가 불안을 느끼면 통증 인식이 증폭되므로, “이따가 따뜻하게 눌러주면 금방 나아질 거야”와 같이 예측 가능한 문장을 반복한다. 통증을 겁내기보다 ‘관리 가능한 현상’으로 인식하게 돕는 방식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성장통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주기가 넓어지고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증상 구분과 일상 루틴을 익혀두면, 다음에 다시 찾아와도 훨씬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 마무리
성장통은 병이라기보다 ‘하루 피로가 밤에 말을 거는 현상’에 가깝다. 의사들이 쓰는 기준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밤·대칭·근육·낮 정상·마사지 반응이면 안심 쪽, 한쪽 관절·붓기·열·절뚝임·낮에도 통증이면 즉시 진료다. 이 기준에 따라 기록하고, 짧은 대처 루틴을 익혀 두면 대부분의 밤을 덜 불안하게 넘길 수 있다.
부모는 완벽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관찰—기록—반응의 작은 습관만으로도 아이의 안녕과 가족의 수면 질은 놀랍게 달라진다. 불확실할 땐 사진·영상과 함께 가까운 소아과를 찾자. ‘빨리 확인’이 곧 ‘큰 안심’이다.
오늘 밤, 아이의 통증을 두려움이 아닌 ‘관리 가능한 신호’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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